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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론] 이주민 5% 시대와 ‘코리안 드림’
- 등록일 2024.11.15 / 조회 23
![[시론] 이주민 5% 시대와 ‘코리안 드림’](http://news-plaza.com/newsml/data/image/2024/02100051/20241115/02100051.20241115042102001.01.jpg)
골프계의 ‘살아있는 전설’ 타이거 우즈(49)는 20대 초반 자신의 인종을 묻는 기자 질문에 ‘캐블리나시언’(Cablinasian)이라고 즉답한 적이 있다. 자신에겐 백인(caucasian), 흑인(black), 북미 원주민(american indian), 아시안(asian)의 피가 고루 섞여 있다면서다. 그의 아버지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어머니는 태국 출신이지만, 그 윗대의 뿌리를 찾아가면 4개 인종이 섞여 있다는 설명이었다. 우즈의 설명을 들으면서 “미국이란 나라, 정말로 다인종 국가네”라고 하던 게 그리 먼 얘기가 아니었다. 대한민국이 어느덧 다인종 국가 반열에 진입하고 있다는 뉴스에 우즈의 ‘캐블리나시언’ 발언이 떠올랐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발표한 ‘2023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일 기준 3개월을 초과해 국내 장기 거주한 외국인 주민 수는 지난해(225만 8248명)보다 약 8.9% 증가한 245만 954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국 총인구(5177만 4521명)의 약 4.8%. 이로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다문화·다인종 사회’ 기준인 5%에 근접하게 됐다. 인구 6위 광역자치단체인 경북(259만 9880명)과 7위 도시인 대구(238만 9188명)를 넘볼 규모다. 외국인 주민 가운데 근로자나 결혼 이민자, 유학생 등이 193만 5150명으로 주류를 이뤘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41만 972명)와 유학생(20만 6329명)이 전년 대비 각각 16.6%, 8.9% 증가했다. 그러나 ‘이민자’로 구분할 수 있는 한국 국적 취득자는 23만 4506명, 외국인 주민 자녀는 28만 9886명에 머물렀다. 전남 영암(18.6%), 충북 음성(18.1%), 경기 안산(15.2%) 등은 총인구 중 외국인 비중이 15%를 넘어섰다. 마을 단위로 따지면 외국인이 다수인 지역도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영암의 삼호읍. 대불국가산업단지를 끼고 있는 이곳 출근길은 다국적 근로자들의 다채로운 모습으로 이국적이다. 이들은 현대삼호중공업 등 단지 내 입주기업의 생산라인을 지키는 한편 지역 소비를 떠받치고 있다. 영암군 작년 5월 삼호읍 대불종합체육공원 내에 ‘외국인 주민 지원센터’를 개소한데 이어 내ㆍ외국인이 함께 먹고, 보고, 즐길 수 있는 특화거리 조성에도 나섰다. 인천 연수구 ‘함박마을’은 전체 주민 약 1만 8000명 중 1만 명 가량이 러시아나 우즈베키스탄, 몽골 등 중앙아시아에서 왔다. 한반도에 넘어간 고려인 피가 섞여 있는 사람도 많다. 안산 단원구의 다문화 거리와 서울 중구 광희동의 중앙아시아 거리·몽골타운엔 ‘코리안 드림’을 이루려는 외국인들로 북적인다. 이뿐 아니다. 필자의수업엔 꼭 한두 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수강하고, 마트나 식당에 가면 마주치는 게 외국인 종업원이다. 도금 염색 등 이른바 ‘3D(dangerous, dirty, difficult) 업종’의 제조 및 건설 현장을 지키는 것도 외국인 노동자다. 현실이 된 다문화ㆍ다인종 사회.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외국인 주민이 지방소멸과 인구절벽을 막을 방파제 역할을 한다는 데 동의한다면 더 많은 외국인이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 줘야 한다. 이를 위한 정밀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 외국인은 일자리를 얻거나 배움을 위해 한국에 온다. 일자리를 찾아 입국한 외국인에겐 교육권과 직계가족의 건강권을 보장해 주고, 자체 커뮤니티를 꾸릴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해 줘야 한다. 한국인의 ‘디아스포라(고국 떠나 타국에서 정착) 시절’을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생각해 보라. 한글 및 한국문화 교육도 외국인 5% 시대에 걸맞게 업데이트해야 한다. 한국 대학이나 대학원에 유학 온 학생에겐 학위취득 이후 한국에서 일자리를 잡고 정착할 수 있도록 유연한 비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학위 마치고 E7(취업) 비자를 받는데, 자격요건이 까다롭고 유효기간도 2년으로 짧다. 고용주가 채용을 꺼리는 이유다. 미국에서 비슷한 성격의 H1비자를 받으면 3년 체류할 수 있다. 고급 인력의 이민 사다리를 탄탄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되레 끊으면 되겠는가. 1세대 이민자의 안착과 이들의 정착촌(커뮤니티)에서 2세, 3세가 잘 성장할 수 있는 다문화ㆍ다인종 생태계를 가꿔가야 한다. 피부 색깔과 선호음식, 미감, 종교 등이 다르지만, 이들을 포용해야 대한민국이 더 강해진다는 공감대를 만들어가자. 그게 ‘코리안 드림’의 선결과제다. 남궁 덕 성균관대 겸임교수